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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혁명 [인지과학의 연구와 방법, 어디서 시작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원서명인지과학의 방법
  • 지은이사에키 유타카
  • 옮긴이김남주, 김경화
  • 감수자이정모
  • ISBN : 9788960771666
  • 25,000원
  • 2010년 11월 29일 펴냄
  • 페이퍼백 | 332쪽 | 152*224mm
  • 시리즈 : UX 프로페셔널

책 소개

재미있는 연구를 하기 위한 독자적 메타이론의 발견과 그 취득방법을 밝힌다.

일본의 인지과학계를 이끌어온 사에키 유타카 교수가 집필한 일본 인지과학의 베스트셀러! 인지과학 연구자들이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사에키 교수 스스로 수 십 년 간 탐구해온 인지과학의 메타이론적 연구과정을 제시한다.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여기며, ‘정보처리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환경과 사회와의 상호교류를 중시하는 ‘생태적 접근’을 다루고, 특히 도구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인터페이스론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사에키 교수의 뜨겁고 열정적인 메시지를 느껴보자.


[ 추천의 글 ]

비교적 짧은 역사 때문에 이론과 실무가 섞여서 발전해 온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에 대해 탄탄한 기초적, 논리적 배경을 제공해 주는 매우 귀중한 책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인지과학에 대해 이론적 무장을 갖추고 학문을 해나가는 학자의 학문적 여정, 가치관, 자세 등을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현장에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근거를 갖추게 하고, 학문을 하는 연구자에게는 다양한 새로운 연구의 이슈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책이다.
- 이건표, LG전자 디자인 경영센터장/부사장, 카이스트 산업디자인 학과 교수

사람 사는 세상의 모든 문제는 결국 사람들의 인지 문제로 귀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지 문제를 다루는 인지 과학은 접근하는 분야가 많고 연구 결과들 또한 다소 산만하고 복잡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인지과학 혁명』은 시간의 축, 다양한 분야의 축 그리고 비판의 축으로 이론들을 잘 정리해서 인지과학을 전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 김진수, 예스24 CEO, 인지과학 박사

저자/역자 소개

[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

『인지과학 혁명』이 한국어로 출간돼 대단히 기쁩니다.

이 책의 초판이 간행된 것은 1986년으로, 1983년 일본인지과학회가 창립된 지 3년 뒤입니다. 일본에서는 인지과학의 태동기에 해당합니다.

미국에서 ‘인지과학회(Cognitive Science Society)’가 창설된 해는 1979년으로, 1980년대 초기는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이 세계적 수준으로 대두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열기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새로운 학문의 영역이 탄생한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결코 빈번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인지과학이 어떤 연구를 지칭하는지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으며, 오로지 인간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인지과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각오로 임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스스로가 ‘재미있는 연구’로 여기고 열중하던 연구를 인지과학이라는 타이틀로 끊임없이 발표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와중에 집필하게 된 이 책은, 인지과학 연구방법의 입문서 같은 교과서적인 해설책이 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재미있는 연구’를,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작정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정보처리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환경과 사회와의 상호교류를 중시하는 ‘생태적 접근’을 다루고, 특히 도구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인터페이스론으로 전개시켰습니다. 만약 앞으로 좀 더 내용을 추가한다면, 상황적 학습론이나 학습환경 디자인론 등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토다 마사나오 교수님의 ‘부록 『인지과학 혁명』 해제’를 읽노라니, 아직도 새로운 연구로의 선동이 부족하지 않았나 통탄하게 됩니다. 토다 교수님은 이 책이 지나치게 진지하고 신중해서, 평상시 사에키 식의 “좀 더 해봐!”라는 선동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하셨습니다. 토다 교수님의 뜨거운 연구 의욕에는 지금도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애통한 일이지만, 토다 교수님은 2006년 9월, 향년 82세로 별세하셨습니다. 이 책에 대해 이 같은 훌륭한 응원가를 남겨주신 점에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동시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으로 김남주 씨의 번역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성실함에 감사하며, 한일 양국의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출판을 통해 한일 양국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10년 11월
사에키 유타카


[ 저자 서문 ]

“인지과학총서 중 한 권 정도는 인지과학이라는 분야 전반에 대해서 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인지과학의 방법』1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 인지과학총서 기획위원회에서 이런 제안이 나왔던 시점은 1983년 6월로 기억한다. 누구도 이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가 집필할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사에키에게 맡기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때의 기분은 솔직히곤란한 일을 떠맡을 것 같다는 당혹감이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지과학을 소개하는 글을 학술 잡지에 기고하거나 인지과학 관련 서적의 편집이나 번역, 감수 작업을 자주 해 왔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인지과학의 선봉에 선 기수로서의 역할은 슬슬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더구나 인지과학의 기수로서 내가 취한 입장은 “인지과학에서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즉 방법론의 틀을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인지과학의 방법론에 대한 책을 집필하는 작업은 생각할수록 곤란하게 느껴졌다.

“인지과학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즉 고정된 방법론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장점이 아닌가”라고 항변해 보았으나 “그렇다면 그렇게 쓰면 되지 않는가”라는 의견이었다. 그 의견에 대해서는 과연 반론할 길이 없었다. 이로써 내가 저자로 정해져 버린 셈이다.

사실은 어떤 방법을 취해도 좋다라는 입장이라면 딱 한 줄로 충분히 내용이 전달된다. 굳이 한 권의 책으로 낼 필요도 없다. 그러면 무엇을 쓰면 좋을까.

처음에는 공학계 연구자를 대상으로 인지심리학 가설이나 모델을 만들기 위한 실험 계획이나 실시, 분석 수법 등을 소개하고, 문과계 연구자 대상으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법에 대해 쓰면 좋겠다는 구상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이라면‘재미없는 책’이 될 게 뻔해서, 오히려 쓰기 어렵다는 점을 통감했다(나는 원래 재미가 없으면 집중이 안 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다. 딱딱하고 재미도 없는 방법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제멋대로인 책을 쓰면 어떨까. 내가 지도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왜 더 재미있는 연구를 하지 않는가!”, “그런 부분에서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재미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는 식으로 쓰면 어떨까. “지루하기 짝이 없는 테마를 재미있는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알려주는 내용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대학원생의 석사 논문을 지도할 때의 실제 조언 내용을 기록해서 해당 내용을 책으로 집필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기록을 했더니 실제 조언 내용은 각 연구 테마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서, 일반론으로 제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렇게 여러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재고, 삼고하는 동안에 몇 년이 흘러 몇 월 며칠까지 어떻게든 원고를 마쳐야 한다는 최후 통첩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정도로 궁지에 몰리면 결국은 스스로의 얘기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된다. 결과적으로, 내가 어떻게 인지과학 연구를 해 왔는가를 주제로 해서 내 경험과 생각을 쏟아내 보기로 했다.

다 쓴 원고를 다시 한번 읽어 보니, 애초에 생각했던 내용과는 많이 달라졌다. 또, 집필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 재발견한 사실이 많다고도 할 수 있겠다.

1장 ‘재미있는 연구를 위해’는 앞서 말했듯이 제멋대로인 기분으로 내 생각을 추스렀다. 2장 ‘인간의 합리성’은 20년 가까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스스로의 관점을 기술했다. 3장 ‘인간의 상황성’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관점이었는데, 1980년 UCS(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주립대학)의 마이클 콜 교수와 만나게 된 이후부터 더욱 강하게 의식하게 된 생각이다. 4장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의 인간’도 예전부터 의식해 왔던 내용을 숙고해 새로이 정리한 결과다. 5장 ‘경험세계의 인지과학’은 최근 저술한 『컴퓨터와 교육』(이와나미 신서)의 집필 과정에서 방향을 잡았다. 위노그래드와 플로레스의 최근 저서 『Understanding Computers and Cognition』(1986)를 읽으면서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단, 이 책에서 해당 저서에 대해 해설하거나 인용하지는 않았다. 이들의 저서가 집필 과정에 있어서 내 사고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는 점, 그리고 하이데거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 눈 뜨는 계기를 제공해줬다는 점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같이 각 장의 발상은 달랐으나 이 책을 집필하면서 서로 다른 시점을 엮어서 전체적으로 파악, 통합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많은 분들이 초고를 읽고 귀중한 의견을 내주셨다. 이케다 켄이치 씨, 이치가와 신이치 씨, 우에노 나오키 씨, 스즈키 히로아키 씨, 츠치야 šœ 씨, 미야자키 키요타카 씨, 무라타 코지 씨, 무라타 준이치 씨, 무라야마 이사오 씨 등에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다. 다만, 내가 그분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집필한 것은 아니다. 이분 중에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자라는 점이 많으리라. 독자들도 이 점에 유의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통쾌한(나에게 있어서는 통렬한) 보충의 글을 써 주신 토다 마사나오 씨에게 “한 수 배웠다”라는 한 마디를 곁들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내게는 이보다 더할 수 없는 가르침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좋은 사람인 척하는 습관이 배어 있었다는 점에 스스로도 놀라웠다(그러고 보니, 최근 내 애마인 XV400의 손질도 게을리 했었다. 시간이 좀 나면 세차도 하고 광도 내고, 엔진도 튼튼하게 튜닝해서 토다 씨가 기대하고 계신 폭주에 나서 볼까).

좋은 사람인 척하는 습관이라고는 했지만, 이 책의 출판을 담당했던 동경대학 출판회의 이토 카즈에 씨에게는 불량한 성격을 십분 발휘했다. 정해진 원고 매수를 지키지 못하고 분량이 대폭 늘어나 버린 것이다. 최대한 좋은 사람인 척하면서 부탁드린 결과, 흔쾌히는 아니지만, 예외 중의 예외, 있을 수 없는 특별한 예외로 불어난 원고를 받아들여 준, 그녀의 성의와 정중한 업무 태도에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뜻을 전한다.

- 1986년 10월
사에키 유타카


[ 저자 소개 ]

사에키 유타카

1939년 출생
1964년 케이오대학 관리공학과 졸업
1966년 동 대학원 관리공학전공 석사 취득
1970년 워싱턴대학 대학원 학예학과 심리학전공 박사 취득
1971년 이후 동경이과대학 이공학부 조교수, 동경대학 교육학부 조교수,교수, 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장,교육학부장을 역임
2000년 3월 동경대학 정년퇴임. 일본의 인지과학연구 진흥에 종사, 일본인지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아오야마학원대학 사회정보학부 교수, 동 대학 휴먼이노베이션 연구센터 소장, 동경대학 명예교수

주요저서
『배움의 구조』(동양관출판사, 1975)
『이미지화에 따른 지식과 학습』(동양관출판사, 1978)
『컴퓨터와 교육』(이와나미신서, 1986)
『멀티미디어와 교육-지식과 정보, 배움과 가르침』(타로지로사, 1999)
『유아교육으로의 초대-원숙한 보육자가 되기 위해-』(동경대학출판회, 2001)
『배움을 되물으며-수업개혁의 원점』(소학관, 2003)
『앎의 방법의 탐구-사색과 행동의 원점』(소학관, 2004)
『 인지과학의 방법』(콜렉션 인지과학1)(동경대학출판회, 2007)


[ 감수의 글 ]

21세기 첫 10년이 지나고 두 번째 10년이 시작되는 요즈음 국내 학계, 대학, 과학기술관련 정부기관, 기업, 일반인들 모두가 학문 간 융합과 그에 바탕을 둔 융합적 테크놀로지의 창출, 인력 육성에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21세기의 국내 지성인들의 화두로서 ‘융합’과 ‘인지과학’이 떠오르고 있음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1958년 미국 동부 대학들에서 여러 학문 분야의 첨단에 있던 학자들의 지적 탐구에 대한 노력의 결과로 자연적으로 또는 필연적으로 형성돼 기존의 뉴턴식 과학 패러다임을 대체할 과학적 접근으로서 ‘정보처리적’ 접근의 ‘인지주의’ 과학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이 접근이 종합과학적 학문으로 구현돼 새롭게 형성된 것이 바로 다학문적 과학인 ‘인지과학’이다. 이러한 인지주의가 일으킨 개념적 변혁에 의해 인공지능이란 분야도, 인류의 디지털 문화 시대도 열리게 된 것이다.

인지과학은 1958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출발했으며,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과 1967년 나이서 교수의 『인지심리학』 출간을 계기로 하여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 무렵에는 인지주의가 미국의 심리학계를 비롯한 관련 학계에 영향을 주며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이후 1979년 세계 최초로 미국의 인지과학회가 창립되었고, 1986년에는 세계 최초의 인지과학과가 UCS(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주립대학)에서 창설되기에 이른다.

1960년대 말에 미국에 유학해 새로이 체득한 인지주의, 인지과학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일본에 소개한, 사에키 유타카 교수를 비롯한 일본인 학자들은 인지과학을 일본에 널리 펴는 작업으로 1983년에 일본인지과학회를 창립했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부터 동경대학교 출판부에서 ‘인지과학 총서’ 시리즈를 만들어, 이후 1992년까지 여러 권이 출간됐다. 그 중에서도 각론 위주의 인지과학 시리즈 출간 중에서 이를 종합하고 인지과학 전체를 아우르며, 어떻게 하면 인지과학 연구를 잘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어 출간한 책이 바로 이 책 『인지과학 혁명』이다.

이 책의 첫 장인 ‘들어가며: 일본에 인지혁명은 일어났는가’에서는 저자가 인지과학에 어떻게 빠지게 됐으며 미국과 일본에서 인지과학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파됐는가, 인지과학 그리고 인지과학 학도의 주요 문제는 무엇인가 등을 설명한다. 이 책은 인지과학의 세부 주제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각론을 전개하는 데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1장 ‘재미있는 연구를 위해’와 부록인 ‘인지과학 혁명: 해제’에서 볼 수 있듯이, 한 과학도가 지적으로 ‘재미있고’ ‘좋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에 대한 길잡이를 제시한다. 이 두 장은 인지과학을 전공하는 학도는 물론 과학적, 학문적 연구를 하려는 지적 탐구자 일반이 지녀야 할 자세, 학문에 대한 접근의 길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물론 이 책의 다른 장들, 즉 2장 ‘인간의 합리성’, 3장 ‘인간의 상황성’, 4장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의 인간’, 5장 ‘경험세계의 인지과학’에서는 인지과학이 이뤄낸 중요한 연구 결과와 새로운 관점들에 대한 각론적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인지과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과학적, 학문적 연구 분야에 몸담으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책을, 적어도 이 책의 1장과 부록은 반드시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 상황을 되돌아보면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인지적 접근이 한국에서 공식적 학술 모임에서 소개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알린 시초는, 1983년 초 한국심리학회의 동계연수회에서 ‘정보처리적 인지주의’의 패러다임이 중심주제로 소개된 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1986년에서 1987년에 걸쳐 대우재단 지원 하에 심리학, 철학, 언어학, 컴퓨터과학, 신경과학, 사회학 등의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인지과학’ 공동연구 세미나를 전개했고 1987년에 이 공동연구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인지과학회가 탄생했다. 이에서 약 10년이 지난 후인 1995년부터 연세대를 비롯한 몇 곳의 국내 대학에 인지과학 협동과정이 대학원 과정으로 개설됐다.

국내에서는 한국인지과학 학회가 출범한 지 사반세기가 지난 21세기 초엽인 지금에서야 인지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특히 학문 간 융합과 미래 테크놀로지(특히 인간과 디지털 기기의 연결, 상호작용, 디자인 관련 기술) 발전에 주는 함의의 중요성이 식자들 간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기술 관련 기관(정부기관, 대학 등)이나, 기업, 매스컴의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인지과학’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미래 테크놀로지 개발과 인력 육성에 인지과학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시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왜 중요한지 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몇 권의 인지과학 관련 책들이 이미 출간되었지만, 이 책만큼 과학적 연구란 무엇이며, 재미있는 인지과학 연구를 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그리고 인지과학의 주요 관점은 무엇인지를 적은 분량으로 함축적이고 친근하게 설명한 책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이웃 나라인 일본이 융합적 학문인 인지과학을 어떻게 접근해 왔는가를 파악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일본의 인지과학이 어떻게 형성됐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데에 이 책은 일조를 하리라 본다. 인지과학이 무엇인가, 일본의 인지과학은 어떠한가, 재미있는 과학적 연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 이정모 / 성균관대 명예교수: 심리학, 인지과학


[ 감수자 소개 ]

이정모(Jung-Mo Lee)

학력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학사(1966), 석사(1971)
캐나다 퀸즈대학 심리학과 M.A.(1976), Ph. D. (1979)

경력
성심여대 심리학과 조교수 역임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교수 역임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역임, 현재 명예교수
한국인지과학회 회장 역임
한국실험및인지심리학회 회장 역임
한국심리학회 총무이사, 학회지 편집장 역임
한국뇌학회 고문
한국마음두뇌교육협회 기획자문위원

저서
『인지과학: 마음. 언어, 계산』(공저; 1989; 대우재단총서 511; 아카넷)
『인지심리학의 제문제 I: 인지과학적 연관』(공저; 1996; 성원사)
『인지심리학』(1999, 2003, 2009; 공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학지사)
『인지심리학: 형성사, 개념적 기초, 조망』(2001;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아카넷)
『인지과학: 학문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인지과학: 과거, 현재, 미래』(2010; 학지사)


[ 옮긴이의 말 ]

사실 이 책 『인지과학 혁명』의 번역은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원통함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던 나는 일본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동경에서 홋카이도로, 후쿠오카로 이어지는 워크샵과 연구실이 아닌 밖으로 돌려지는 듯한 ‘공부’가 도대체가 낯설고 어려웠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디자인의 범주를 벗어나는 ‘공부’였고, 나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단편적으로 밖에 이해되지 못했던 ‘공부’에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날,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다.

디자인에서 왜 경험세계가 중요하고, 인간의 합리성과 상황성 등이 어떻게 인터페이스까지 연결되는지, 또한 연구(디자인)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뜬눈으로 지새야만 했던 그 무수한 날들의 고민과 방황을 단번에 해결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최근 한국에서도 인공지능연구, 정보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감성디자인, 경험디자인, HCI 등 인지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행어처럼 퍼져버린 이러한 분야는, 그 침투 범위에 비해 아직도 표면적인 이해에 머물러 있거나, 특히 기술적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런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이해와 개념이 이 책을 통해, 서로 어떠한 상호관계 속에 존재하고, 무엇을 근원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더불어 각 분야의 연구를 하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재미있는 연구를 위한 방향제시와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후배 연구자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일본사회에서 일어난 ‘인지혁명’의 열띤 학문현장을 엿보며 고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한 모든 연구자, 디자이너, 사람들이 저마다의 수퍼 스키마(메타이론)를 가지고 실생활에 임할 수 있는 창조적인 한국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 옮긴이 소개 ]

김남주
광고회사, 기업 홍보실, 웹 에이전시 디자인 팀장을 거쳐 현재, 야후 재팬 인터랙션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다. 부경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타마미술대학 대학원 미술연구과 정보디자인과를 졸업했다.

김경화
언론사 기자, IT기업 전략기획자, 오마이뉴스 동경법인 이사를 거쳐 현재, 동경대학대학원 정보학환,학제 정보학부 박사과정 중에 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목차

목차
  • 들어가며: 일본에 인지혁명은 일어났는가
    • 인지과학의 탄생
      • 미국에서 인지혁명을 경험하다
      • 일본에서의 인지과학 연구의 시작
    • 과학으로서 인지과학의 의미
      • 실증의 과학인가, 설명의 과학인가
      • 검증보다는 타당성을 중시
      • 『인지과학 혁명』의 출간
    • 일본에 인지혁명은 일어났는가
      • 인지과학이라는 분야의 확립
      • 논고의 빈곤
      • 인지과학적 연구 자세
  • 1장 재미있는 연구를 위해
    • 재미있는 연구란
    • 재미있는 연구의 구성
      • 연구의 기초
      • 연구의 세로축과 가로축
      • 연구의 사선축
      • 연구의 동기 부여
    • 재미있는 연구 꿰뚫어보기
      • 훌륭한 연구의 발굴
      • 메타이론의 의식화와 재구성
      • 메타이론에 대한 관심 높이기
    • 재미있는 연구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
      • 독학의 명암
      • 함께 배우는 모임 만들기
      • 학제적 연구
      • 시대정신에 대한 감수성
      • 연구회 활동의 명암
    • 맺음말과 전망
      • 드라마로서의 연구
      • 이 책의 구성
  • 2장 인간의 합리성 - 규범적 합리성의 가설에 대해 -
    •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메타이론
      • 인간의 합리성을 가정하다
      • 싸움의 상대는 누구?
      • 브룬즈빅의 생태적 합리성
      • 에드워즈의 경제적 합리성
      • 신호탐지이론과 합리성의 메타이론
      • 규범적 모델에 의한 연구
    • 직관적 통계학자로서의 인간
      • 직관적 통계학자로서의 인간
      • 비율, 평균치, 분산의 직관적 추정
      • 베이지언 심리학의 시작
    • 확률판단의 보수성에 관해
      • 베이지언 심리학의 패러다임과 그 한계
    • 확률 판단에 있어서의 휴리스틱스 이용
      • 소수의 법칙
      • 대표성의 가설
      • 가용성에 대한 가설
      • 정박과 조정 가설
      • 시뮬레이션 가설
    • 휴리스틱스와 인간의 합리성
      • 확률론은 규범적인가
      • 휴리스틱적 합리성의 제창
      • 휴리스틱스는 비합리적인가
      • ‘시점의 이동과 통합’의 어려움
      • 인지적 착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 합리성에 대한 고집
      • 다양한 규범적 모델
      • 규범적 모델의 곤란함
      • 합리성의 재검토
  • 3장 인간의 상황성 - 생태적 접근 -
    • 생태주의의 메타이론
      • 브룬즈빅의 생태적 타당성
      • 근접자극과 원격대상
    • 생태주의의 여러 문제
      • 환경주의적 기능주의
      • 환경의 추상성
      •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호응과 연계: 결정적 시기의 조건
      • 생태주의와 합리주의
    • 생태적 합리주의의 메타이론적 구성
      • 생태적 환경구조의 모델화
      • 메타이론을 작동시키는 방법
      • 환경의 외압과 내재화
      • 생체의 ‘내적 인지과정’의 개념
    • 인지과학에 있어서의 생태적 접근
      • 동물 행동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 깁슨의 생태적 시각론
      • 문화와 인지
      • 영역고유성 문제
      • 영역고유성과 추론의 합리성
  • 4장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의 인간
    • 정보처리적 접근이란
      • 정보처리적 접근의 메타이론
      • 정보처리적 접근의 발생과 발전
      • 정보처리적 접근의 성과
    • 정보처리적 접근의 다양한 문제
      • 모델의 반증성
      • 과제 고유성
      • 극단적 일반성
    • 정보처리적 접근의 유연한 적용
      • 정보처리적 접근의 겉모습과 실체
      • 정보처리 모델의 타당성 음미
      • 논의의 중요성
      • 정보처리적 접근의 문맥 의존성
    • 정보처리과정의 생태적 접근
      • 정보처리적 모델의 비상황 의존성
      • 정보처리 모델을 생태적으로 해석
      • 하노이 탑의 생태적 연구
      • 문제공간의 내면화
      • 전략의 생태적 의미 부여
      • 매크로와 마이크로의 상호교류
  • 5장 경험세계의 인지과학
    • 세계 내 존재 - 하이데거 철학에서
      • 실천을 염두에 두다
      • 현존재로서의 인간
      • 세계 내 존재와 해석학적 인식론
      • 도구적 존재와 비도구적 존재
      • 사물적 존재
      • 지시와 기호
      • 만들 때의 기호
    • 인공지능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인공지능이란
      • 유사사물적 존재자로서의 인공지능
      • 도구적 존재자로서의 인공지능
      • 인공지능과 인지과학
      • 도구적 존재자로서의 전문가 시스템
    •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인터페이스란
      • 인터페이스의 유전 특성
      • ‘풀 프루프’ 비판
      • 인터페이스의 시야 특성
      • 인터페이스의 딜레마
    • 경험세계에서의 인지과학: 표상에서 표현으로
      • 기계로서의 이론
      • 이론에 있어서의 비도구적 접면
      • 경험세계와 메타이론적 음미
      • 표상주의와 그것의 극복
      • 표상과 표현
  • 부록: 『인지과학 혁명』 해제
    • 선동자로서의 역할
    • 생각하고 나서 공부를
    • 수퍼 스키마의 핵을 찾기 위해 - 상대주의적 유아론
    • 우선 인간을 재미있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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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p.100 아래에서 3행 : '몇일'동안 -> 며칠동안

정오표

[ p10 저자 소개 아래에서 3행 ]
사고와 행동의 원점 → 사색과 행동의 원점

[ p176 첫 번째 문단 아래에서 2-3행 ]
다양한 동물의 독성이 → 동물이 독성 있는

[ p181 첫 번째 문단 마지막 행 ]
연구 상식에 → 연구 상식에

[ p184 9행 ]
점이야 말로 → 점이야말로

[ p198 아래에서 5행 ]
된다가 → 된다

[ p211 5행 Koelling ]
o → o움나우트

[ p212 4행 ]
머리 속 → 머릿속

[ p213 아래에서 3행 ]
한다가 → 한다

[ p213 아래에서 2행 ]
않는다가 → 않는다

[ p215 아래에서 3, 4행 ]
극단적 일반성 → 극도의 일반성

[ p220 두 번째 문단 1행 ]
당면 → 당면

[ p223 아래에서 4행 ]
대립가설의 병존을 촉진하는 길 밖에 없다. → 대립가설이 병행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길밖에 없다.

[ p230 아래에서 2행 ]
손조차 → 손은 절대

[ p230 마지막 행 ]
머리 속 → 머릿속

[ p234 두 번째 문단 마지막 행 ]
가능한 것은 아닌가라는 →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 p284 5행 ]
세계 → 외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