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다크사이드 해커가 벌인 희대의 해킹 사건, 온라인판 <캐치 미 이프 유 캔>, 사회공학의 귀재이자 FBI가 1급 지명수배령을 내린 해커의 전설 케빈 미트닉의 자전적 실화를 이제 책으로 읽는다. 아마존닷컴 수백 명의 독자가 평점 만점을 주며 선택한 컴퓨터 기술 분야 No.1 베스트셀러!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컴퓨터와 첨단기술로 무장한 사회공학 기술의 대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장담컨대, 뛰어난 해커가 실제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알 때만이 우리가 어떻게 해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 프랭크 애버그네일,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저자
[ 소개 ]
한국독자들이 오래 기다려왔던
이 시대 최고의 해커
케빈 미트닉의 스릴 넘치는 회고록
해킹의 제왕으로 꼽히는 케빈 미트닉은 DEC, 모토로라, 썬마이크로시스템스, 퍼시픽벨, 노키아, NEC 등 1980~90년대 최고의 IT기업들의 컴퓨터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운영체제 소스를 훔쳐냈으며, 미국 전역 전화망을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조작하고 감청했다. 자신을 잡기 위해 출동하는 경찰과 FBI의 움직임도 먼저 파악해 추격을 피했다. FBI가 포위망을 좁혀오자 도주자의 삶을 선택했고, 갈수록 정교해지는 숨 가쁜 추격전을 피해 여러 도시로 파고들어 신분을 위조한 채 살아간다. 오랜 세월 동안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가상공간을 누빈 그는 언제나 수사기관보다 두세 걸음 빨리 앞서갔고,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수 차례 위기를 모면한 후, 체포에 혈안이 된 FBI와 절체절명의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된다.
케빈 미트닉이 이렇게 놀라운 해킹 기술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첨단 컴퓨팅 기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사회공학 기술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의 보안관리자들을 자신의 부하직원처럼 마음대로 조종하고 이용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신분 위조를 통해 도피생활을 즐기면서, 수사기관의 포위망이 좁혀오면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그는 ‘해커의 전설’이 되었다.
케빈 미트닉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이 자전적 실화는 한편의 흥미진진한 스릴러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해킹과 사회공학 기술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실사례의 보고이기도 하다. 미트닉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기술,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해킹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그 결과 그를 추적하는 수사기관들로 하여금 기존의 첨단범죄 수사방법을 개선하게 했으며, 오늘날 컴퓨터 보안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해킹은 결국 기술이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제아무리 첨단 보안기술로 무장한다고 해도, 보안교육을 소홀히 하면 결국 케빈 미트닉처럼 타고난 해커 앞에서는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이 책에 쏟아진 각계의 찬사 ]
“1급 지명수배 해커와 FBI의 숨막히는 심리추격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커가 직접 쓴 책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출간됐다. 케빈 미트닉이 직접 자신의 유명한 에피소드를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책은 케빈 미트닉의 해킹에 대한 자세한 연대기이자,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고질적인 관료주의가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머릿속에 모든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 둔 달변의 사기꾼에게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속는지 알 수 있다. 정말 재미난 책이다.”
- 케빈 폴슨, 『킹핀(Kingpin)』의 저자
“군더더기가 없으면서 경쾌하다. 레이몬드 챈들러가 쓴 범죄소설만큼이나 재미있다. 이 책은 컴퓨터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케빈 미트닉이야말로 진정한 인터넷의 선구자다.”
- 존 페리 발로우,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의 공동설립자
“이 책에는 케빈 미트닉이 1급 지명수배 해커로 FBI에 쫓기며 도주생활을 하는,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 실화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만큼 흥미롭다.”
- 제프 이스틴, 인기 범죄드라마 「화이트칼라(White Collar)」의 제작자 겸 프로듀서
FBI가 그를 잡지 못했다면 윈도우95는 나오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미트닉의 자서전을 지금 이 시점에 읽는 것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성급한 예상을 확실히 뒤집는다. 이 책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첨단스릴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 책은 해킹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기 오래 전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 J.D. 비어스도퍼 「뉴욕타임스」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과 「필립 모리스」의 주인공 스티븐 제이 러셀처럼 케빈 미트닉은 흥미진진한 삶을 살았다. 다만 그는 첨단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 북리스트
첨단기술로 무장한 흥미진진한 이 회고록을 진정으로 짜릿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적인 요소다… 미트닉의 해킹이야기는 분명 코드를 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지만 이 책의 핵심은 사람들을 속이고 조작하는 '사회공학'에 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 추천의 글 ]
내가 케빈을 처음 만난 건 2001년에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해킹의 역사(The History of Hacking)」를 촬영하면서였다. 그 후로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2년 후 나는 피츠버그로 날아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강연자 케빈을 소개했다. 나는 그곳에서 케빈이 과거에 해킹한 사례를 들으며 너무나 놀라워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케빈은 회사 컴퓨터를 해킹하고도 데이터를 파괴하지 않았다. 자신이 해킹한 신용카드정보를 사용하거나 누군가에게 판매하지도 않았다. 해킹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손에 넣고도 돈을 받고 팔아넘기지 않았다. 케빈은 그저 재미로,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해킹을 했던 것이다.
강연 중에 케빈은 자신이 FBI의 수사망을 파헤친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케빈은 해킹을 통해 자신이 새로 사귄 해커 ‘친구’가 실제로는 FBI 정보원이라는 걸 알아냈고, FBI 수사팀 전원의 이름과 집주소를 알아냈으며, 심지어 자신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이들의 통화내용과 음성사서함을 감청하기도 했다. 케빈이 구축해놓은 조기경보시스템은 FBI가 접근할 때마다 케빈에게 먼저 그 사실을 알려줬다.
……
케빈은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됐다. 나는 그와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그의 해킹과 모험담에 대해 듣는 것도 좋다. 그가 살아온 삶은 신나는 첩보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독자분들도 이 책에서 케빈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맛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나는 이 책의 독자들이 부럽다. 이제 막 그 흥미진진하고 기막힌 케빈 미트닉의 삶과 모험에 뛰어들게 될 것이니 말이다.
-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 책 속으로 ]
나는 독학으로 해킹을 배웠다. 지난 수십 년간 보안을 회피해 컴퓨터에 침입하는 데 사용되는 해킹기법, 전술, 전략을 연구했다. 컴퓨터시스템과 통신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배웠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열정과 집착은 내 인생을 순탄치 못한 길로 이끌었다. 나는 해킹 때문에 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고, 그로 인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p.15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말투나 몸짓을 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이렇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자연스럽게 남을 흉내 내는 행동을 익히고 연습하게 된 셈이다. 이런 행동을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사회공학은 자연스럽게 또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속여서 평상시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전혀 의심을 사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 p.26
나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서 너무나 큰 스릴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전화와 컴퓨터 기술에 매료됐고, 내 자신이 탐험가처럼 느껴졌다. 해킹은 마치 끝이 없는 사이버공간을 여행하면서 온몸으로 전율과 만족을 느끼기 위해 시스템에 몰래 잠입하고, 경험이 많은 보안전문가들을 농락하고, 보안장치를 우회하고,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워나가는 것과 같았다. - p.58
내 사건은 해킹으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이었기에 지방검찰은 나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해야 할지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전화회사를 무단침입했다는 일부 죄목은 정당했지만 다른 죄목들은 터무니없었다. 검사는 내가 해킹 과정에서 US리싱의 컴퓨터에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나는 결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이후로도 여러 차례 이런 잘못된 죄목을 뒤집어쓰게 된다. - p.74
내 기억에 ‘어둠의 해킹(darkside hacking)’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널리 퍼트린 건 「LA타임스」 기자였다. 그 표현은 즉각 유행처럼 번졌고 많은 언론매체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표현은 내 별명 중 하나가 된다. 어둠의 해커 케빈 미트닉(Darkside Hacker Kevin Mitnick). - p.85
만약 그 통화내용이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면 분명 직통전화로 통화하고 있는 게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오래 엿듣는 건 여전히 위험했다. 이번 딱 한 번만 감청하고 다시는 감청하지 않는다면 국가안보국에서 감청됐다는 걸 알아챌 가능성은 대단히 낮았다. 미국정부는 내가 국가안보국 전화를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는 걸 끝내 몰랐다. 내가 이 책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는 이유도 이미 내 공소시효가 오래 전에 만료됐기 때문이다. - p.100
1989년 1월 9일자 「타임」의 ‘테크놀로지’ 섹션에 포함된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가장 흉악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대체로 전화사용은 허용된다. 하지만 케빈 미트닉은 예외다. 그는 오직 교도관의 감시 하에서만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그마저도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아내, 어머니, 변호사로 제한돼 있다. 이런 제한조치는 미트닉의 손에 전화기를 쥐어주는 게 청부살인자의 손에 총을 쥐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연방검찰은 한때 대학생이었던 이 25세 청년을 전화기로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해커로 기소했다.”- p.145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야심한 밤에 전화회사를 종종 방문했고, 내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전화회사 매뉴얼을 읽어왔으며, 나아가 사회공학기법으로 전화회사 직원들을 속여서 퍼시픽벨의 여러 부서, 절차, 업무방식, 전화번호에 대해 대단히 잘 알았다. 아마도 나보다 더 전화회사의 내부조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전화회사 직원 중에서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 p.191
나는 오랜 기간 사회공학기법을 써왔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사회공학기법에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며 늘 놀라곤 한다. 사회공학기법으로 사람을 속이는 데 성공하면 마치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린 것처럼 엔돌핀이 온몸에서 솟아난다. - p.194
특정집단이 쓰는 용어나 전문단어를 알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즉, 상대방에게 당신이 실제로 당신이 주장하는 사람이 맞고, 자신처럼 회사에서 죽도록 혹사당하는 가엾은 동료직원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럴 경우 상대방은 절대로 당신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 p.201
세상에 자신을 수사 중인 FBI를 오히려 반대로 조사할만한 배짱을 가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퍼즐조각들은 서서히 끼워 맞춰지고 있었다. 조만간 엄청난 일이 태풍처럼 몰아칠 기세였다.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느꼈다. 하지만 순순히 앉아서 당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p.266
우리는 또한 정부가 관리하는 기록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즉, 미국 국세청, 사회보장국, 차량면허국 등에 보관돼있는 우리 기록이 철저한 보안 속에 기밀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그나마 보안이 약간이라도 강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참 해킹을 할 때만 해도 정부에서 관리하는 기록을 빼내기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 p.267
정보요청 전용 전화회선을 내 휴대전화로 착신해 놓은 건 꽤나 겁 없는 행동이었다. 이후 내 휴대전화로 재무부 비밀검찰국뿐만 아니라 토지관리국, 마약단속국을 비롯해 재무부 휘하의 주류, 담배, 화기 단속국에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게다가 더 재미난 건 FBI요원들의 정보요청 전화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를 체포한 후 수갑을 채워 감방으로 보낼 수 있는 FBI의 전화를 내가 직접 응대했다는 말이다. - p.278
나는 해킹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이 없다. 내가 접근해선 안 될 정보를 손에 넣거나, 직원을 속여서 대단히 민감한 기밀정보를 빼내면서도 그다지 죄스런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를 생각할 때면, 나를 위해 너무나 많을 것을 베풀어주셨고,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주셨던 할머니가 장시간 안절부절 나를 기다렸던 그날을 떠올리면 너무나 큰 후회가 밀려온다. - p.334
나는 왜 굳이 ‘에릭 바이스’란 이름을 선택했을까? 에릭 바이스는 전설적인 마술사 해리 후디니의 본명이었다. 따라서 에릭 바이스란 이름을 선택한 건 어린 시절에 내가 흠뻑 빠져 지냈던 마술에 대한 추억에서 비롯됐고, 내가 우러러보던 우상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던 셈이다. 어차피 이름을 바꿀 거라면 이왕이면 어린 시절 내 우상의 이름을 쓰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 p.341
영화에 나오는 도피자들의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도피자들이 지속적으로 주변을 살피고 불안에 떨며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후 도피자로서 삶을 살면서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안감을 경험하지 않았다. 나는 일단 새로운 신원을 만들고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정부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확보하고 난 후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나는 늘 사전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고, 혹시라도 누군가 나를 추적할 경우 미리 알 수 있게 조치해뒀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내게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면, 즉각 행동을 취했다. 그래서인지 도피생활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곧장 삶을 즐길 수 있었다. - p.353
내게 해킹은 오락이었다. 어쩌면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가 해킹을 통해 가상현실로 도피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헤킹이란 게임을 하려면 늘 긴장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야 했다. 잠시 한눈을 팔거나 어리석은 실수를 했다가는 FBI가 현관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FBI는 가상현실에 등장하는 비밀요원이 아니다. 판타지게임 「던전앤드래곤」에 나오는 흑마술사도 아니다. 그들은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당신을 체포해서 감방에 가둘 수 있는 FBI요원들이다. - p.384
선도적인 다국적 첨단기술 회사들은 상식적으로 세상에서 정보보안에 가장 뛰어나야 했다. 만약 내가 정말로 해킹에서 자부심을 느끼려면, 내가 그 회사들을 해킹해서 소스코드를 빼낼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를 시험해봐야 했다. - p.385
NEC가 출시한 최신형 휴대전화 광고를 봤을 때 내 관심은 휴대전화에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최신형 휴대전화의 소스코드를 입수하고픈 마음뿐이었다. 이미 여러 최신형 휴대전화의 소스코드를 손에 넣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로선 그저 다음 번에 손에 넣을 전리품만이 중요했다. - p.419
나는 기사를 읽으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기사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은 첫 문단뿐이었다. 기사의 첫 문단은 나를 “첨단기술의 천재”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 기사를 쓴 기자 존 마코프는 두 번째 문단부터는 “수사관들은 미트닉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전혀 감도 못 잡고 있다”고 썼다. 당연히 그 기사 때문에 켄 맥과이어를 비롯한 수사요원들은 윗선에서 면박을 당할 게 뻔했다. 그렇다면 더욱 더 나를 잡는 데 혈안이 될 게 분명했다. - p.444
헬리콥터는 내가 있던 가게 바로 위까지 날아와 선회했다. 내가 마치 「도망자」에 나오는 리처드 킴블 박사라도 된 것 같았다. 긴장감으로 뱃속이 다시 뒤틀렸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도망쳐야만 했다. 가게 후문으로 빠져나가 두 블록 정도를 내달린 후 또 다른 가게로 들어갔다. 내가 휴대전화를 켜고 전화를 걸 때마다 빌어먹을 헬리콥터가 귀신 같이 알고 다시 나타났다. 젠장! - p.465
상황은 급박했다. FBI는 이쯤이면 내가 또 다시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갔다는 걸 알고 있을 게 뻔했다. 따라서 나는 이번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최대한 짧게, 내가 새로운 신원을 만드는 데 충분한 정도인 2주나 3주 정도만 머물러야만 했다. 신원이 만들어지면 FBI가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자친구, 또는 할머니를 미행하기 전에 잽싸게 라스베이거스를 떠야만 했다. - p.486
나는 여전히 시모무라의 시스템을 해킹한 흥분감에 도취해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그 일을 너무나 후회하게 된다. 단지 몇 시간 동안 시모무라의 시스템을 해킹한 이유로 화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바로 내게 복수를 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민간인 해커 추적자의 화를 돋우게 된 것이다. - p.500
FBI요원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미트닉, 이제 모든 장난은 끝났어!” 연방사법경찰국 요원은 등 뒤로 내 손에 수갑을 채우지 않고 앞으로 수갑을 채운 후 발목에도 쇠고랑을 채웠다. 그런 뒤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섰다. 문을 나서면서 나는 이번에는 결코 수감생활이 짧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 p.543
보석심리 기각은 헌법에 보장된 내 기본권을 노골적으로 박탈한 것이었다. 내 변호사에 의하면, 미국 역사상 보석심리가 기각된 건 내가 첫 사례였다. 악명 높은 신분위조자이자 탈출의 명수인 프랭크 애버그네일도, 인육을 먹은 연쇄살인마인 제프리 다머도, 심지어 광기어린 스토커이자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던 존 힝클리도 적어도 보석심리 요청이 기각되진 않았다. - p.560
내가 불공정한 공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에릭 콜리는 나를 지지하는 이들을 모아 모임을 조직했다. 내 지지자들은 웹에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글을 올렸고, 온라인 게시판에서 내 이야기를 퍼트렸으며, 전단지를 나눠주고, 차 범퍼에 밝은 노란색에 까만 글자가 쓰인 스티커를 붙인 채 온갖 군데를 다 돌아다녔다. ‘케빈을 석방하라Free Kevin’ 에릭은 심지어 그 범퍼스티커를 감옥에 있는 내게도 몇 장 보내줬다. - p.561
워즈니악은 깜짝 선물로 내게 신형 애플 파워북 G4를 선물했다. 선물을 싼 포장지에는 감옥에 갇힌 한 사내가 막대기를 쇠창살 사이로 집어넣어 멀리 떨어져있는 컴퓨터를 건드리려 애쓰는 우스꽝스런 만화가 그려져 있었다. PC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워즈니악으로부터 노트북컴퓨터를 받는 그 순간, 나는 여러 면에서 내 삶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 p.587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컴퓨터와 첨단기술로 무장한 사회공학 기술의 대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장담컨대, 뛰어난 해커가 실제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알 때만이 우리가 어떻게 해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 프랭크 애버그네일,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저자
[ 소개 ]
한국독자들이 오래 기다려왔던
이 시대 최고의 해커
케빈 미트닉의 스릴 넘치는 회고록
해킹의 제왕으로 꼽히는 케빈 미트닉은 DEC, 모토로라, 썬마이크로시스템스, 퍼시픽벨, 노키아, NEC 등 1980~90년대 최고의 IT기업들의 컴퓨터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운영체제 소스를 훔쳐냈으며, 미국 전역 전화망을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조작하고 감청했다. 자신을 잡기 위해 출동하는 경찰과 FBI의 움직임도 먼저 파악해 추격을 피했다. FBI가 포위망을 좁혀오자 도주자의 삶을 선택했고, 갈수록 정교해지는 숨 가쁜 추격전을 피해 여러 도시로 파고들어 신분을 위조한 채 살아간다. 오랜 세월 동안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가상공간을 누빈 그는 언제나 수사기관보다 두세 걸음 빨리 앞서갔고,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수 차례 위기를 모면한 후, 체포에 혈안이 된 FBI와 절체절명의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된다.
케빈 미트닉이 이렇게 놀라운 해킹 기술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첨단 컴퓨팅 기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사회공학 기술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의 보안관리자들을 자신의 부하직원처럼 마음대로 조종하고 이용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신분 위조를 통해 도피생활을 즐기면서, 수사기관의 포위망이 좁혀오면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그는 ‘해커의 전설’이 되었다.
케빈 미트닉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이 자전적 실화는 한편의 흥미진진한 스릴러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해킹과 사회공학 기술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실사례의 보고이기도 하다. 미트닉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기술,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해킹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그 결과 그를 추적하는 수사기관들로 하여금 기존의 첨단범죄 수사방법을 개선하게 했으며, 오늘날 컴퓨터 보안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해킹은 결국 기술이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제아무리 첨단 보안기술로 무장한다고 해도, 보안교육을 소홀히 하면 결국 케빈 미트닉처럼 타고난 해커 앞에서는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이 책에 쏟아진 각계의 찬사 ]
“1급 지명수배 해커와 FBI의 숨막히는 심리추격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커가 직접 쓴 책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출간됐다. 케빈 미트닉이 직접 자신의 유명한 에피소드를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책은 케빈 미트닉의 해킹에 대한 자세한 연대기이자,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고질적인 관료주의가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머릿속에 모든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 둔 달변의 사기꾼에게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속는지 알 수 있다. 정말 재미난 책이다.”
- 케빈 폴슨, 『킹핀(Kingpin)』의 저자
“군더더기가 없으면서 경쾌하다. 레이몬드 챈들러가 쓴 범죄소설만큼이나 재미있다. 이 책은 컴퓨터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케빈 미트닉이야말로 진정한 인터넷의 선구자다.”
- 존 페리 발로우,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의 공동설립자
“이 책에는 케빈 미트닉이 1급 지명수배 해커로 FBI에 쫓기며 도주생활을 하는,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 실화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만큼 흥미롭다.”
- 제프 이스틴, 인기 범죄드라마 「화이트칼라(White Collar)」의 제작자 겸 프로듀서
FBI가 그를 잡지 못했다면 윈도우95는 나오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미트닉의 자서전을 지금 이 시점에 읽는 것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성급한 예상을 확실히 뒤집는다. 이 책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첨단스릴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 책은 해킹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기 오래 전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 J.D. 비어스도퍼 「뉴욕타임스」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과 「필립 모리스」의 주인공 스티븐 제이 러셀처럼 케빈 미트닉은 흥미진진한 삶을 살았다. 다만 그는 첨단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 북리스트
첨단기술로 무장한 흥미진진한 이 회고록을 진정으로 짜릿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적인 요소다… 미트닉의 해킹이야기는 분명 코드를 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지만 이 책의 핵심은 사람들을 속이고 조작하는 '사회공학'에 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 추천의 글 ]
내가 케빈을 처음 만난 건 2001년에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해킹의 역사(The History of Hacking)」를 촬영하면서였다. 그 후로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2년 후 나는 피츠버그로 날아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강연자 케빈을 소개했다. 나는 그곳에서 케빈이 과거에 해킹한 사례를 들으며 너무나 놀라워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케빈은 회사 컴퓨터를 해킹하고도 데이터를 파괴하지 않았다. 자신이 해킹한 신용카드정보를 사용하거나 누군가에게 판매하지도 않았다. 해킹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손에 넣고도 돈을 받고 팔아넘기지 않았다. 케빈은 그저 재미로,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해킹을 했던 것이다.
강연 중에 케빈은 자신이 FBI의 수사망을 파헤친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케빈은 해킹을 통해 자신이 새로 사귄 해커 ‘친구’가 실제로는 FBI 정보원이라는 걸 알아냈고, FBI 수사팀 전원의 이름과 집주소를 알아냈으며, 심지어 자신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이들의 통화내용과 음성사서함을 감청하기도 했다. 케빈이 구축해놓은 조기경보시스템은 FBI가 접근할 때마다 케빈에게 먼저 그 사실을 알려줬다.
……
케빈은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됐다. 나는 그와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그의 해킹과 모험담에 대해 듣는 것도 좋다. 그가 살아온 삶은 신나는 첩보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독자분들도 이 책에서 케빈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맛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나는 이 책의 독자들이 부럽다. 이제 막 그 흥미진진하고 기막힌 케빈 미트닉의 삶과 모험에 뛰어들게 될 것이니 말이다.
-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 책 속으로 ]
나는 독학으로 해킹을 배웠다. 지난 수십 년간 보안을 회피해 컴퓨터에 침입하는 데 사용되는 해킹기법, 전술, 전략을 연구했다. 컴퓨터시스템과 통신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배웠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열정과 집착은 내 인생을 순탄치 못한 길로 이끌었다. 나는 해킹 때문에 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고, 그로 인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p.15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말투나 몸짓을 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이렇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자연스럽게 남을 흉내 내는 행동을 익히고 연습하게 된 셈이다. 이런 행동을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사회공학은 자연스럽게 또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속여서 평상시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전혀 의심을 사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 p.26
나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서 너무나 큰 스릴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전화와 컴퓨터 기술에 매료됐고, 내 자신이 탐험가처럼 느껴졌다. 해킹은 마치 끝이 없는 사이버공간을 여행하면서 온몸으로 전율과 만족을 느끼기 위해 시스템에 몰래 잠입하고, 경험이 많은 보안전문가들을 농락하고, 보안장치를 우회하고,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워나가는 것과 같았다. - p.58
내 사건은 해킹으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이었기에 지방검찰은 나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해야 할지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전화회사를 무단침입했다는 일부 죄목은 정당했지만 다른 죄목들은 터무니없었다. 검사는 내가 해킹 과정에서 US리싱의 컴퓨터에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나는 결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이후로도 여러 차례 이런 잘못된 죄목을 뒤집어쓰게 된다. - p.74
내 기억에 ‘어둠의 해킹(darkside hacking)’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널리 퍼트린 건 「LA타임스」 기자였다. 그 표현은 즉각 유행처럼 번졌고 많은 언론매체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표현은 내 별명 중 하나가 된다. 어둠의 해커 케빈 미트닉(Darkside Hacker Kevin Mitnick). - p.85
만약 그 통화내용이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면 분명 직통전화로 통화하고 있는 게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오래 엿듣는 건 여전히 위험했다. 이번 딱 한 번만 감청하고 다시는 감청하지 않는다면 국가안보국에서 감청됐다는 걸 알아챌 가능성은 대단히 낮았다. 미국정부는 내가 국가안보국 전화를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는 걸 끝내 몰랐다. 내가 이 책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는 이유도 이미 내 공소시효가 오래 전에 만료됐기 때문이다. - p.100
1989년 1월 9일자 「타임」의 ‘테크놀로지’ 섹션에 포함된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가장 흉악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대체로 전화사용은 허용된다. 하지만 케빈 미트닉은 예외다. 그는 오직 교도관의 감시 하에서만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그마저도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아내, 어머니, 변호사로 제한돼 있다. 이런 제한조치는 미트닉의 손에 전화기를 쥐어주는 게 청부살인자의 손에 총을 쥐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연방검찰은 한때 대학생이었던 이 25세 청년을 전화기로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해커로 기소했다.”- p.145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야심한 밤에 전화회사를 종종 방문했고, 내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전화회사 매뉴얼을 읽어왔으며, 나아가 사회공학기법으로 전화회사 직원들을 속여서 퍼시픽벨의 여러 부서, 절차, 업무방식, 전화번호에 대해 대단히 잘 알았다. 아마도 나보다 더 전화회사의 내부조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전화회사 직원 중에서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 p.191
나는 오랜 기간 사회공학기법을 써왔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사회공학기법에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며 늘 놀라곤 한다. 사회공학기법으로 사람을 속이는 데 성공하면 마치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린 것처럼 엔돌핀이 온몸에서 솟아난다. - p.194
특정집단이 쓰는 용어나 전문단어를 알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즉, 상대방에게 당신이 실제로 당신이 주장하는 사람이 맞고, 자신처럼 회사에서 죽도록 혹사당하는 가엾은 동료직원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럴 경우 상대방은 절대로 당신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 p.201
세상에 자신을 수사 중인 FBI를 오히려 반대로 조사할만한 배짱을 가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퍼즐조각들은 서서히 끼워 맞춰지고 있었다. 조만간 엄청난 일이 태풍처럼 몰아칠 기세였다.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느꼈다. 하지만 순순히 앉아서 당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p.266
우리는 또한 정부가 관리하는 기록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즉, 미국 국세청, 사회보장국, 차량면허국 등에 보관돼있는 우리 기록이 철저한 보안 속에 기밀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그나마 보안이 약간이라도 강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참 해킹을 할 때만 해도 정부에서 관리하는 기록을 빼내기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 p.267
정보요청 전용 전화회선을 내 휴대전화로 착신해 놓은 건 꽤나 겁 없는 행동이었다. 이후 내 휴대전화로 재무부 비밀검찰국뿐만 아니라 토지관리국, 마약단속국을 비롯해 재무부 휘하의 주류, 담배, 화기 단속국에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게다가 더 재미난 건 FBI요원들의 정보요청 전화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를 체포한 후 수갑을 채워 감방으로 보낼 수 있는 FBI의 전화를 내가 직접 응대했다는 말이다. - p.278
나는 해킹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이 없다. 내가 접근해선 안 될 정보를 손에 넣거나, 직원을 속여서 대단히 민감한 기밀정보를 빼내면서도 그다지 죄스런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를 생각할 때면, 나를 위해 너무나 많을 것을 베풀어주셨고,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주셨던 할머니가 장시간 안절부절 나를 기다렸던 그날을 떠올리면 너무나 큰 후회가 밀려온다. - p.334
나는 왜 굳이 ‘에릭 바이스’란 이름을 선택했을까? 에릭 바이스는 전설적인 마술사 해리 후디니의 본명이었다. 따라서 에릭 바이스란 이름을 선택한 건 어린 시절에 내가 흠뻑 빠져 지냈던 마술에 대한 추억에서 비롯됐고, 내가 우러러보던 우상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던 셈이다. 어차피 이름을 바꿀 거라면 이왕이면 어린 시절 내 우상의 이름을 쓰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 p.341
영화에 나오는 도피자들의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도피자들이 지속적으로 주변을 살피고 불안에 떨며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후 도피자로서 삶을 살면서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안감을 경험하지 않았다. 나는 일단 새로운 신원을 만들고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정부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확보하고 난 후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나는 늘 사전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고, 혹시라도 누군가 나를 추적할 경우 미리 알 수 있게 조치해뒀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내게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면, 즉각 행동을 취했다. 그래서인지 도피생활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곧장 삶을 즐길 수 있었다. - p.353
내게 해킹은 오락이었다. 어쩌면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가 해킹을 통해 가상현실로 도피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헤킹이란 게임을 하려면 늘 긴장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야 했다. 잠시 한눈을 팔거나 어리석은 실수를 했다가는 FBI가 현관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FBI는 가상현실에 등장하는 비밀요원이 아니다. 판타지게임 「던전앤드래곤」에 나오는 흑마술사도 아니다. 그들은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당신을 체포해서 감방에 가둘 수 있는 FBI요원들이다. - p.384
선도적인 다국적 첨단기술 회사들은 상식적으로 세상에서 정보보안에 가장 뛰어나야 했다. 만약 내가 정말로 해킹에서 자부심을 느끼려면, 내가 그 회사들을 해킹해서 소스코드를 빼낼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를 시험해봐야 했다. - p.385
NEC가 출시한 최신형 휴대전화 광고를 봤을 때 내 관심은 휴대전화에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최신형 휴대전화의 소스코드를 입수하고픈 마음뿐이었다. 이미 여러 최신형 휴대전화의 소스코드를 손에 넣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로선 그저 다음 번에 손에 넣을 전리품만이 중요했다. - p.419
나는 기사를 읽으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기사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은 첫 문단뿐이었다. 기사의 첫 문단은 나를 “첨단기술의 천재”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 기사를 쓴 기자 존 마코프는 두 번째 문단부터는 “수사관들은 미트닉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전혀 감도 못 잡고 있다”고 썼다. 당연히 그 기사 때문에 켄 맥과이어를 비롯한 수사요원들은 윗선에서 면박을 당할 게 뻔했다. 그렇다면 더욱 더 나를 잡는 데 혈안이 될 게 분명했다. - p.444
헬리콥터는 내가 있던 가게 바로 위까지 날아와 선회했다. 내가 마치 「도망자」에 나오는 리처드 킴블 박사라도 된 것 같았다. 긴장감으로 뱃속이 다시 뒤틀렸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도망쳐야만 했다. 가게 후문으로 빠져나가 두 블록 정도를 내달린 후 또 다른 가게로 들어갔다. 내가 휴대전화를 켜고 전화를 걸 때마다 빌어먹을 헬리콥터가 귀신 같이 알고 다시 나타났다. 젠장! - p.465
상황은 급박했다. FBI는 이쯤이면 내가 또 다시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갔다는 걸 알고 있을 게 뻔했다. 따라서 나는 이번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최대한 짧게, 내가 새로운 신원을 만드는 데 충분한 정도인 2주나 3주 정도만 머물러야만 했다. 신원이 만들어지면 FBI가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자친구, 또는 할머니를 미행하기 전에 잽싸게 라스베이거스를 떠야만 했다. - p.486
나는 여전히 시모무라의 시스템을 해킹한 흥분감에 도취해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그 일을 너무나 후회하게 된다. 단지 몇 시간 동안 시모무라의 시스템을 해킹한 이유로 화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바로 내게 복수를 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민간인 해커 추적자의 화를 돋우게 된 것이다. - p.500
FBI요원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미트닉, 이제 모든 장난은 끝났어!” 연방사법경찰국 요원은 등 뒤로 내 손에 수갑을 채우지 않고 앞으로 수갑을 채운 후 발목에도 쇠고랑을 채웠다. 그런 뒤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섰다. 문을 나서면서 나는 이번에는 결코 수감생활이 짧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 p.543
보석심리 기각은 헌법에 보장된 내 기본권을 노골적으로 박탈한 것이었다. 내 변호사에 의하면, 미국 역사상 보석심리가 기각된 건 내가 첫 사례였다. 악명 높은 신분위조자이자 탈출의 명수인 프랭크 애버그네일도, 인육을 먹은 연쇄살인마인 제프리 다머도, 심지어 광기어린 스토커이자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던 존 힝클리도 적어도 보석심리 요청이 기각되진 않았다. - p.560
내가 불공정한 공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에릭 콜리는 나를 지지하는 이들을 모아 모임을 조직했다. 내 지지자들은 웹에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글을 올렸고, 온라인 게시판에서 내 이야기를 퍼트렸으며, 전단지를 나눠주고, 차 범퍼에 밝은 노란색에 까만 글자가 쓰인 스티커를 붙인 채 온갖 군데를 다 돌아다녔다. ‘케빈을 석방하라Free Kevin’ 에릭은 심지어 그 범퍼스티커를 감옥에 있는 내게도 몇 장 보내줬다. - p.561
워즈니악은 깜짝 선물로 내게 신형 애플 파워북 G4를 선물했다. 선물을 싼 포장지에는 감옥에 갇힌 한 사내가 막대기를 쇠창살 사이로 집어넣어 멀리 떨어져있는 컴퓨터를 건드리려 애쓰는 우스꽝스런 만화가 그려져 있었다. PC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워즈니악으로부터 노트북컴퓨터를 받는 그 순간, 나는 여러 면에서 내 삶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 p.587
목차
목차
- 프롤로그
- 1부 해커
- 01 험난한 출발
- 02 그냥 들러봤어요
- 03 원죄
- 04 도주왕
- 05 전화를 마음대로 주무르다
- 06 해커의 사랑
- 07 서둘러 결혼하다
- 08 렉스 루터
- 09 휴대전화 요금할인 플랜
- 10 미스터리 해커
- 2부 에릭
- 11 과실치사
- 12 절대 숨을 수 없어
- 13 도청의 명수
- 14 감청에 감청으로 맞서다
- 15 그건 대체 어디서 구한 거지?
- 16 에릭의 집을 급습하다
- 17 에릭의 가면을 벗기다
- 18 트래픽분석
- 19 드러나는 진실
- 21 쥐와 고양이
- 22 탐정노릇을 하다
- 23 급습
- 24 도주
- 3부 도망자
- 25 해리 후디니
- 26 사립탐정
- 27 쨍 하고 해 뜰 날
- 28 해킹 게임
- 29 일탈
- 30 허를 찔리다
- 31 헬리콥터 추격
- 32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4부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 33 시모무라
- 34 롤리로 잠적하다
- 35 게임오버
- 36 FBI와 보낸 발렌타인데이
- 37 희생양이 되다
도서 오류 신고
정오표
정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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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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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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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약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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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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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식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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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