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슴 속에 품은 꿈은 무엇인가요?
Oct 10, 2007요즘 호랭이는 ‘슈퍼 개발자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다음 달 특집 기사의 원고 발주를 위해 유명 개발자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분주합니다.
그 중에서도 얼마 전에 만난 양병규 씨가 제시한 슈퍼 개발자가 되기 위한 비법은 좀 특이합니다. 기술적인 팁이나 개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바랐던 기자의 의도와는 달리 전혀 엉뚱한 방법을 내놓은 탓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참으로 공감이 되기에 여기에서 살짝 공개할까 합니다.
빵집 개발자로 잘 알려진 양병규 씨는 먼저 자신의 사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래 전에 그는 화면 실시간 처리를 통해 온라인 A/S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이걸 만드는 데 고작 두 달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날림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압축률 또한 굉장히 높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어떻게 단신으로 화면 실시간 처리 프로그램을 두 달 만에 만들었을까요?
그는 품에서 아주 작은 수첩을 하나 꺼내며 그 비결을 공개했습니다. 양병규 씨는 본래 실시간 화면 처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듈과 각종 기술, 문제 해결 방법들이 생각날 때마다 수첩에 메모해 둔 덕분에 실제로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는 딱 코딩하는 시간만 필요했던 것이지요.
‘와, 자기 자랑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전에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개발자나 기자, 혹은 출판 기획자 등이 될 때 저마다의 목표와 꿈을 가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꿈과 현실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어느 순간엔가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마련이지요.
또, 이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종이 바로 개발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발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그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존재. 어릴 적 태권브이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기계설계과를 선택한 호랭이 만큼은 터무니없고 무모하지는 않더라도, 개발자가 될 때에는 저마다 만들고 싶고 변화시키고 싶은 세상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잊고 지시된 걸 만들라고 강요하고, 일은 늘 넘쳐나기에 다른 일 따위는 생각해 볼 틈조차 없을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현실과 과로에 찌든 사람들 뿐...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현실은 점점 작은 빛줄기 하나 없는 암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양병규 씨는 매일매일 약간의 시간(하루 30분 정도)을 자신의 꿈을 위해 사용하면서 그런 현실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루의 근무시간 중 자신의 꿈을 한 계단씩 올라가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그 시간에 충실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주어진 일들을 마무리 해야하다보니 일도 빨리 끝나고 힘도 나더랍니다. 이렇게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를 벗고 나면 세상도 개발도 한결 만만해 보이지 않을까요?
지금 양병규 씨의 가슴에 있는 작은 수첩에는 8년간 한 칸씩 쌓아올리고 있는 높은 꿈이 품어져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이 작은 수첩은 한 주를 즐겁게 해 주는 복권과도 같을 것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첨 확률이 좀 더 높고 더 근본적인 행복을 가져다 줄 복권이라는 것이겠지요.
가슴에 새로 산 복권을 품고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걸어가는 가장의 사진이 들어있는 복권의 광고 포스터처럼, 우리도 이러한 복권 하나쯤 가슴에 품어보는 건 어떨까요?
6개월 후에 추첨을 하게 될 복권인지, 10년 후에 추첨을 하게 될 복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복권에 당첨되려면 추첨 날짜를 정해야 하고 매일 매일 아주 조금씩이라도 노력과 열정이라는 물과 거름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겠지요(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은 마소 11월호 특집에 양병규 씨가 직접 써 주시겠지요).
호랭이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두 개의 꿈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2년짜리인데요. 그동안 썼던 책들과 달리 정말 즐겁게 쓸 수 있고 개발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책을 한 권 쓰는 것입니다. 조금씩 밑그림도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도 하고 있으니 2년 뒤에는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꿈을 이야기 해봐 주세요. 언제쯤 추첨하게 될 지, 당첨 금액은 얼마나 될 것인지. 당첨이 되면 그 당첨금은 누구와 나누고 싶은지 댓글로 이야기해 보아요. ㅎ.ㅎ
-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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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업무가 끝나가는 이 시간쯤에는 어깨와 허리가 점점 구부러지는 시간인데요. 이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제 어깨와 허리가 반듯하게 자신감으로 세워지는 이유는 몰까요?^^; 나에게도 꿈이 있다.. 요즘 거위의 꿈 노래를 곧잘 듣고 하는데~~ 갑자기 작은 희망과 용기가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갠적으로 저 빵집 팬입니다.
제 꿈 이야기보다도 호랭이님의 또 하나의 꿈이 무엇인지가 더 궁금해지네요. :)
이 글을 읽으며 제 인생의 멘토셨던 여고시절 국어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신 문구가 문득 떠올랐어요. "꿈은 높게 그러나 발은 땅에!"
빵집 개발자님은 이 소중한 사명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밤 이 글을 읽고 저는 문득 사람들에게 늘 사랑을 베풀고 따뜻한 용기를 북돋워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어요. 내가 그들에게 받는 것처럼 힘들고 지칠 때 의지가 되어주는 정말 진실한 사람 말이에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완성해나간다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겠어요.
따뜻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
어쩌면 bliss님은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신지도 모르지요. 한 권의 책을 살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작은 꿈 하나도 함께 품게 되는 걸테니, 그 꿈을 현실로 잘 안내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주시는 것 또한 참으로 소중한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랭이 또한 미약한 능력이지만 그동안 한 일이 이것이기에 개발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성장하고 싶은 것이 여러 꿈 중 하나입니다. ㅎ.ㅎ
하지만 역시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음을 시도때도 없이 실감하게 되지만요. ㅎ.ㅎ
bliss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공감되는 글입니다.
빵집 애용하고 있는데 거기 도움말을 보면 양병규님의 소프트철학을 읽을 수 가 있지요. 살이 좀 빠진거 같네요^^
네.정말 훌륭하십니다.
양병규 프로그래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네요.저도 빵집을 씁니다.
정말 좋네요.어떻게 8년 동안 꾸준히...
양병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