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렛미인] 힘을 내. 너의 곁엔 늘 내가 있어.
Dec 06, 2008
2008년을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2월이라니요. 그러고도 일주일이 또 지났네요. 이젠 딸랑 한 장 남은 달력이 알싸한 바깥 날씨만큼이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합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조용한 연말로 열혈 업무나 학업 모드에 열중이신 분들께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들뜬 분위기를 바라는 분들께는 반갑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靜中動". 우리는 좀 차분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괜찮다 싶기도 하네요.
저희 또한 연말 마감하랴 늘 있던 '마감'하랴 날마다 여전히 분주하고, 저희 건물 곳곳에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트리 덕분에 그래도 연말 기분은 내면서 일은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작업 중인 신간 소식은 다음 주로 잠시 미루고, 오늘은 주말이고 하니 靜中動이라는 말처럼 조용한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 두 편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렛미인'과 '도쿄!'
분명히 이 두 영화는 각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렛미인'. 가위손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스웨덴의 작은 마을 장면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이 영화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느릿느릿 진행되는 장면과 대사, 아름다운 음악,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오싹함을 안겨주는 특이한 이야기입니다.
"톡.톡. 뜨르르륵. 톡."
벽을 사이에 두고 손가락으로 모르스 신호를 날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아이,
인간의 피를 빨아먹어야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정체불명의 소녀 이엘리.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만 삭이는 소년 오스칼.
북구 작은 마을을 온통 뒤덮은 눈. 하얀 눈 틈을 조그씩 스며드는 잔혹한 핏빛 이야기.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들어가도 좋다고 이야기해줘."
화려한 CG도 스토리도 없이 전통적인 뱀파이어 영화법칙을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뭔가 정말 기묘한 이야기 속에, 오스칼과 이엘리 그 둘이 나눴던 것이 사랑이었는지. 우정이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아니면 실체 없는 "나"의 또다른 허상을 본 것인지조차도 말이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모두 다를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위안받을, 내 편이 되어줄 하나의 "대상"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 '누군가'였겠죠.
전 개인적으론 세 편 다 너~무 좋았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였습니다. 우연찮게 같은 제목의 '유레루'에서도 완소 오다기리 죠와 호연한 카가와 테루유키와 모든 남자들의 로망 아오이 유우가 열연한 이 영화는 외로움의 극과 극을 보여줍니다.
한낱의 빈틈과 비틀림도 허용하지 않고 10년째 은둔하고 있는 남자의 집에 피자 배달부가 나타나면서, 그 남자의 마음에도 자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결핍도 감수하고, 누구의 자리도 용납하지 않던 남자의 삶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거죠.
11년만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집 문을 열고 세상밖으로 나서는 순간, 누리를 비추는 환한 빛은 굳게 닫았던 동공을 자극하고, 한발한발 내딛고 발 떼는 법조차 잊어버렸던 남자는 용기를 냅니다. 그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정작 내가 열고 나간 세상이 내게 돌려주는 건 굳게 닫힌 문들 뿐이지만, 어딘가에 희망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집을 찾아가봐야죠.
이 두 영화에는 "왜?"는 없습니다.
이들이 왜 세상을 떠나 숨는지. 왜 뱀파이어가 됐는지. 왜. 왜. 왜........
세상 사람들은 늘 "왜"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누구에게 문제의 근원이 있는지 밝혀내고, 시비를 가리고 상벌을 내리고. 물론 꼭 필요한 경우도 있겠죠. 일에서 근원을 밝혀내지 못하면 똑같은 실수를 범하게 되니까요. 인간은 실수하게 마련이고, 또 그 실수를 되풀이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건 너무 야멸찬 노릇이죠.
하지만 두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건 '위로와 용기'입니다. 외로움과 치유와 소통.
항간에는 렛미인이 영화 '원스'에 필적할 만한 작지만 깊은 영화라는 홍보성 기사도 있었지만, 이는 조금 낚시인 듯하구요. 원스를 기대하신다면 큰 오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뱀파이어 영화거든요.;;; 다만 '뱀파이어와의 마지막 인터뷰'나 '언더월드'의 뱀파이어 감성과는 전혀 다른 영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단, 렛미인은 한 밤중에 혼자서 영화를 곱씹다보면 급 공포가 밀려들지도 모르니 유념하세요 -0- 밤마다 후기를 써볼까 하다가 조용히 컴퓨터 모니터 끈 1人이거든요. -0-;;
영화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배우들은 어땠는지, 어떤 점이 더더욱 좋았는지. 사실 두 영화에 대해선 할 이야기도 남은 이야기도 너무 많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닐 듯하니 이 정도로 그치고. 찾아보니 아직도 몇 군데 극장에서는 상영중이네요. 꼭 가서 한번 보시죠.
그리하여... 문득 무척이나 외로워보이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 사람이 마음에 두어진다면, 그에게 손을 내밀어 보세요. 언젠가 당신이 힘들 때 당신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어줄 그 사람은 바로 그 누군가일지도 모르니까요.
따뜻한 말과 마음을 건네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저희는 따끈한 신간 소식들을 안고 다음 주에 다시 컴백합니다. ;)
올해는 예년보다 조용한 연말로 열혈 업무나 학업 모드에 열중이신 분들께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들뜬 분위기를 바라는 분들께는 반갑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靜中動". 우리는 좀 차분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괜찮다 싶기도 하네요.
저희 또한 연말 마감하랴 늘 있던 '마감'하랴 날마다 여전히 분주하고, 저희 건물 곳곳에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트리 덕분에 그래도 연말 기분은 내면서 일은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작업 중인 신간 소식은 다음 주로 잠시 미루고, 오늘은 주말이고 하니 靜中動이라는 말처럼 조용한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 두 편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렛미인'과 '도쿄!'
분명히 이 두 영화는 각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렛미인'. 가위손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스웨덴의 작은 마을 장면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이 영화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느릿느릿 진행되는 장면과 대사, 아름다운 음악,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오싹함을 안겨주는 특이한 이야기입니다.
"톡.톡. 뜨르르륵. 톡."
벽을 사이에 두고 손가락으로 모르스 신호를 날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아이,
인간의 피를 빨아먹어야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정체불명의 소녀 이엘리.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만 삭이는 소년 오스칼.
북구 작은 마을을 온통 뒤덮은 눈. 하얀 눈 틈을 조그씩 스며드는 잔혹한 핏빛 이야기.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들어가도 좋다고 이야기해줘."
화려한 CG도 스토리도 없이 전통적인 뱀파이어 영화법칙을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뭔가 정말 기묘한 이야기 속에, 오스칼과 이엘리 그 둘이 나눴던 것이 사랑이었는지. 우정이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아니면 실체 없는 "나"의 또다른 허상을 본 것인지조차도 말이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모두 다를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위안받을, 내 편이 되어줄 하나의 "대상"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 '누군가'였겠죠.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도쿄!"는 영화팬이라면 군침을 흘릴 만한 영화입니다. '퐁네프의 연인들'의 레오 카락스(불어로는 '까라'일까요?), 제가 가장 사랑해마지 않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미쉘 공드리, 설명이 필요없는 봉준호 세 감독이 모여 도쿄를 조각조각 그려 맞춰놓은 삼색 옴니버스 영화죠.
전 개인적으론 세 편 다 너~무 좋았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였습니다. 우연찮게 같은 제목의 '유레루'에서도 완소 오다기리 죠와 호연한 카가와 테루유키와 모든 남자들의 로망 아오이 유우가 열연한 이 영화는 외로움의 극과 극을 보여줍니다.
한낱의 빈틈과 비틀림도 허용하지 않고 10년째 은둔하고 있는 남자의 집에 피자 배달부가 나타나면서, 그 남자의 마음에도 자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결핍도 감수하고, 누구의 자리도 용납하지 않던 남자의 삶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거죠.
11년만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집 문을 열고 세상밖으로 나서는 순간, 누리를 비추는 환한 빛은 굳게 닫았던 동공을 자극하고, 한발한발 내딛고 발 떼는 법조차 잊어버렸던 남자는 용기를 냅니다. 그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정작 내가 열고 나간 세상이 내게 돌려주는 건 굳게 닫힌 문들 뿐이지만, 어딘가에 희망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집을 찾아가봐야죠.
이 두 영화에는 "왜?"는 없습니다.
이들이 왜 세상을 떠나 숨는지. 왜 뱀파이어가 됐는지. 왜. 왜. 왜........
세상 사람들은 늘 "왜"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누구에게 문제의 근원이 있는지 밝혀내고, 시비를 가리고 상벌을 내리고. 물론 꼭 필요한 경우도 있겠죠. 일에서 근원을 밝혀내지 못하면 똑같은 실수를 범하게 되니까요. 인간은 실수하게 마련이고, 또 그 실수를 되풀이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건 너무 야멸찬 노릇이죠.
하지만 두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건 '위로와 용기'입니다. 외로움과 치유와 소통.
항간에는 렛미인이 영화 '원스'에 필적할 만한 작지만 깊은 영화라는 홍보성 기사도 있었지만, 이는 조금 낚시인 듯하구요. 원스를 기대하신다면 큰 오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뱀파이어 영화거든요.;;; 다만 '뱀파이어와의 마지막 인터뷰'나 '언더월드'의 뱀파이어 감성과는 전혀 다른 영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단, 렛미인은 한 밤중에 혼자서 영화를 곱씹다보면 급 공포가 밀려들지도 모르니 유념하세요 -0- 밤마다 후기를 써볼까 하다가 조용히 컴퓨터 모니터 끈 1人이거든요. -0-;;
영화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배우들은 어땠는지, 어떤 점이 더더욱 좋았는지. 사실 두 영화에 대해선 할 이야기도 남은 이야기도 너무 많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닐 듯하니 이 정도로 그치고. 찾아보니 아직도 몇 군데 극장에서는 상영중이네요. 꼭 가서 한번 보시죠.
그리하여... 문득 무척이나 외로워보이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 사람이 마음에 두어진다면, 그에게 손을 내밀어 보세요. 언젠가 당신이 힘들 때 당신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어줄 그 사람은 바로 그 누군가일지도 모르니까요.
따뜻한 말과 마음을 건네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저희는 따끈한 신간 소식들을 안고 다음 주에 다시 컴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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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렛미인" 보고싶던 영화예요. 이 글을 보니 더 보고싶어지네요. 상영중인 극장 찾아봐야겠어요 ^^
이상: 우왕. 저도 영화 보고 싶어요! T_T
현실: 오늘 야근이닷!
- jrogue
제가 너무 인디하지 못하고 펜던트한가 봅니다.
하나도 모르는 영화군요. 원스도 초반에 재미없어서 휑~
^^ 내일 출근합니다.
young! 외로운 글에 장단 맞춰주어 감사. :) 앞으로 이런 변방의 영화 이야기는 블로그에서 열심히 소개해 볼 생각. ^^
jrogue님, 어떻게 지내시는지, 진짜 요즘 일이 많으신가보군요. ^^ 가끔 문화생활도 해주시구요~
kenu님, 인디한지 펜던트한지는 모르겠지만, 후덜덜한 "뉴 맥북프로 유저"로서 님은 완벽한 초간지남으로 등극하셨어요! (역시 마눌님을 잘 만나야.. ) 부럽; ㅋㅋㅋ
와...정말 매니아이신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