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DS의 성공 비결

(닌텐도 사이트에서 발췌 http://www.nintendo.co.kr)


개발자 분들은 개발하다보면 아이디어의 고갈로 고민하게 되는 경우 많지 않습니까. 기자들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아주 비일비재하지요(특히 호랭이는 ㅠ_ㅠ). 이상하게 그럴 때에는 아무리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 뜯어봐도 머리카락만 빠질 뿐 별다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법이지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2지난 9월 13일 부산의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 iCon 2007에서 기조연설을 한 닌텐도 코리아 대표 코다 미네오의 이야기는 그런 기자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 듯합니다. 이미 시간이 참 많이 지났지만 혼자 듣고 지나가기엔 너무나도 좋은 사례라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자, 그럼 닌텐도 DS 라이트의 성공 비결을 들어볼까요.

혹시 닌텐도라는 회사가 118년 전에 생긴 회사이며, 당시에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화투와 트럼프 카드를 만드는 회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118년 전이었다면 화투를 만드는 회사라 하더라도 나름 첨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그 이후에 일본에서 비디오 게임이 유행하면서 닌텐도도 다양한 비디오 게임기와 타이틀을 만들면서 게임 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1997년 이후 일본의 비디오 게임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었던 탓입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비디오 게임들은 점점 더 복잡하고 더욱 더 다양한 스토리라인으로 무장하여 시장에 선을 보였다고 합니다. 우리의 온라인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요. 비슷한 스토리지만 점점 더 그래픽이 화려해지고 3D와 복잡한 스토리라인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닌텐도는 이런 시점에서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이 자주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최근에는 예전처럼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새로 나오는 게임들이 전혀 신선하지 않다"
"요즘 게임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게임을 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종합해 보면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는 반면 별로 신선하지는 않고, 게임을 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입니다. 이런 지적들은 우리의 온라인 게임과도 비슷한 듯합니다. 그리고 바꿔 생각해보면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개발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부분들이 있는 듯 하고요.

닌텐도가 생각해 낸 결론은 '게임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초심자와 숙련자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게임을 즐기는 층이 10-20대의 남자로 제한적이다'는 것 등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상 연령을 확대시키려면 초심자와 숙련자의 스타트라인을 최대한 같도록 해 줘야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새로운 게임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닌텐도 DS 라이트, NDSL입니다.

화면을 둘로 나누고 한 화면에 글자를 입력하여 필기체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마이크를 통해 음성인식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글쓰기와 말하기는 보통사람이라면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니 스타트라인은 거의 같다고 봐야겠지요. 거기에다가 게임도 전혀 새로운 것들을 고안해 냈습니다. 예전에는 전혀 게임이라고 생각지 않던 두뇌 트레이닝이나 영어 삼매경, 애완동물 키우기, 요리 등의 주제를 게임에 접목한 것이지요.

이런 게임기에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히 기존 게이머들 이었을 테니 저항도 거셌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게이머들은 비디오 게임을 DS에 포팅한 게임들을 비 게이머들이었던 사람들은 새로운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고되고 힘겨운 시간이었겠지만 서서히 게임매장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답니다.

젊은 남자들이 대부분이던 게임 매장에는 아이들과 젊은 여성, 기성인들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닌텐도 DS를 발매한 지 20개월 만에 1천만 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답니다. 이런 기록은 지금까지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전무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신개념의 게임들 역시 천만 카피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새로운 기록들을 지속적으로 갱신해 나가고 있는 중이지요.

따지고 보면 닌텐도 부활의 비결은 위축되는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동참하기 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전체 파이를 키우고자 했던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현재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의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그 원인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닌텐도 DS 성공의 비결은 분명히 기자나 출판 기획자,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을 만한 좋은 사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호랭이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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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大山| Sep 29, 2007

    발상의 전환도 어렵지만 기존의 방식에 익숙한 이들을 설득하는 일은 더욱 어렵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호랭이| Sep 30, 2007

    ㅎ.ㅎ 글쵸! 닌텐도도 처음 DS에 대한 제안에 대해 반발이 아주 심했다더군요. 역시 내가 바뀌는 것보다 남을 바꾸는 건 훨씬 어려운 일. 결국 결과로 문가 보여주기 전에는 쉽게 납득해 주지들 않으니까요! 아... 요즘 저도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무지 고생하고 있지만 먹혀들지를 않네요. OTL

  • dawnsea| Oct 01, 2007

    말 그대로 "라이트"


    기획하는 사람들한테 XXX 의 도입을 논할때 "라이트"를 설득시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보통 뭐든 도입시킨다고 할 때는 그걸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쑤셔 넣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설;;

  • 호랭이| Oct 01, 2007

    아... 그런 문제도 있겠군요. 창의적인 생각을 개발에 녹여내는 것 이외에도 개발자들이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은 거군요! 그동안 저는 너무 기술적인 부분들에만 신경을 썼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라이트' 파이팅~!

  • before30| Oct 02, 2007

    참 좋은 글이군요. 설문조사를 거처서 저런 사고의 전환을 했다는 것 책에서나 봐왔던 모범적인.. ^^;;; 많은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했을꺼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

  • 에이콘| Oct 03, 2007

    좋은 글 기획해 써주신 호랭이님과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합니다. 발상을 전환하고 늘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이리저리 바라보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