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저자 어니스트 클라인이 말하다

저희 에이콘출판사에서 4월 30일 조금은 독특한 책이 한 권 출간됩니다. 디스토피아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어드벤처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부제: 2044년 가상현실 오아시스의 게임에 숨겨진 세 가지 열쇠를 찾아서)입니다. 

이 책의 원서 <Ready Player One>은 출간 후 아마존 SF&판타지 분야 '올해의 책(Book of the year)'에 선정됐으며,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반즈앤노블스 최고 SF소설, 허드슨 북셀러 베스트셀러 1위 등을 차지했던 유명한 책입니다. 출간되자마자 워너 브라더스 사가 판권을 사들이고, 바로 지난 달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과 감독을 맡기로 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2044년 미래세계입니다. 늘상 우리가 예견하듯 2044년의 미래는 모든 상황이 암울해진 디스토피아 세상이며, 사람들은 암울한 세상의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존재론적 인간중심 감각 몰입형 시뮬레이션(Ontologically Anthropocentric Sensory Immersive Simulation)”의 약자인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의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마치 지금의 <세컨드 라이프>처럼 단순한 가상현실 게임이었던 오아시스가 모든 상거래와 소셜네트워킹 등의 기능을 흡수하면서 오프라인 세상을 대체하게 되고, 사람들은 온라인 속의 새로운 자아를 향유하며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기도 하죠. 이때 이 가상현실 오아시스를 만든 개발자이자 창시자인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iday)가 세상을 떠나며 오아시스 속에 감춰둔 이스터에그를 찾는 사람에게 자신의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스터에그는 3개의 열쇠, 3개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이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요소들이 등장하는데요. 오아시스 속 게임을 풀어 유산을 차지하기 위한 게임의 열쇠는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가 몰두했던 1980년대의 대중문화에 있습니다. 2044년을 살아가는 10대 소년 웨이드(여기서는 가상현실 속 파르지발(Parzival)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립니다)는 공교롭게도, 마치 지금의 우리가 30년대의 블루스와 재즈를 즐기고 60년대의 락을 즐기듯이, 80년대의 영화와 음악과 게임을 샅샅이 섭렵한 소년이었습니다. 

책 속에 담긴 방대한 참고 자료와 인용들이 너무도 많아서 독자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이스터에그(!)를 찾아나서며 이를 자료집으로 모아두기도 했습니다. Ready Player One References에서는 이 책 속에 인용된, 무려 139개에 달하는 영화와 드라마 정보를 포스터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팬페이지에서도 책 속에 인용된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고, 팬 사이트인 아노락의 성(Castle Anorak)에서는 인용된 사운드트랙 등을 모두 들어볼 수 있습니다. 스크롤 압박이 어마어마한 방대한 자료를 책에 담은 저자도 놀랍지만, 세계 곳곳을 막론하고 팬들의 덕력은 더욱 대단하지요! :)

이제 이해를 좀 더 돕기 위해 원서 출간 후 이 책의 저자 어니스트 클라인(Earnest Cline)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딱히 스포일러랄 것은 없으니 미리 한 번 읽어보시고 곧 출간될 책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닉 빌튼의 인터뷰: 『레디 플레이어 원』의 저자 어니스트 클라인

(기사 원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 번역은 이 책의 옮긴이인 전정순 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어니스트 클라인(1972년생)의 『레디 플레이어 원』(원제: Ready Player One) 2044년을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이다. 소설의 무대는 암울한 현실의 지구. 그곳에서 사람들은 실제 삶이 아닌 가상현실 비디오게임 속으로 침잠한다. 이 책은 주인공 웨이드 와츠가 장대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1980년대 비디오게임 플레이 실력과 대중문화에 대한 잡다한 상식이 필요한 일련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퀘스트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저자 어니스트 클라인을 만났다.

Q) 가장 좋아하는 비디오게임은 무엇인가?
A) 블랙 타이거〉라는 게임을 최고로 꼽는다. 캡콤 사()<던전앤드래곤> 게임으로 1987년에 출시됐다. 사무실에 오락기를 소장하고 있다. 

Q) 〈블랙 타이거〉 게임 이야기를 책에도 넣었나?
A) 그렇다. 내가 가장 아끼는 게임이라 소설에 넣었다. 어릴 때 몇 시간씩 빠져서 했던 게임이다.

Q)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지었나?
A) 역시 〈블랙 타이거〉에서 따왔는데 다른 고전 게임에도 많이 나온다. ‘Ready Player One’으로 시작하는 첫 화면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게임에서는 ’Player One Ready’라고 나오기도 하는데 〈블랙 타이거〉에 나오는 대로 지었다

Q) 책에 등장하는 1980년대 대중문화 코드는 전부 어디서 찾았나?
A) 원래부터 알던 내용이다. 어린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비디오게임, 영화, 밴드에 대해 썼다. 기본적으로 내 취향을 한데 모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Q) 책의 배경이 2044년인데, 미래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 상상했나?
A) 군사에서 쓰는 가상현실 기술을 조사했다. 지금까지 비디오게임이 진화해온 방식도 주목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촉감으로 전달하는 햅틱 장치를 조사했다. 군대에서 햅틱 수트와 햅틱 장갑을 쓰는데, 가상현실 속에서 사물을 집으면 손이 조여지면서 실제로 만지는 듯한 촉감이 전달되더라.

Q) 군에서 게임 같은 기술에 투자한단 말인가?
A) 그렇다. 실제로 군인들 모의전쟁 훈련에 사용한다. 모든 비디오게임 기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가상현실에서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사실적으로 구현될 것이다.

Q) 방금 비디오게임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했나?
A) 그렇다. 조사하다가 알게 되어 책에 넣은 내용이다. ’스멜 타워(Smell Towers)’라고 부르는데 이미 현존하는 기술이다.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 장치에는 각각의 유리병에 향수와 오일이 담겨 있어서 컴퓨터에서 내보내는 신호에 따라 냄새를 발산한다.

Q) 책에서 괴짜 억만장자로 나오는 인물인 제임스 할리데이의 실제 모델은 누구인가?
A) 세상을 뜬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와 살아있는 전설 리차드 개리엇(Richard Garriott)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다. 개리엇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오스틴 외곽에 비밀의 문과 통로가 있는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Q)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좀 참조한 것 같은데?
A) 맞다. 책 속에서 GSS(그리게리어스 시뮬레이션 시스템)라는 비디오게임 회사를 창업한 두 인물인 제임스 할리데이와 오그던 모로의 관계는 잡스와 워즈니악의 관계와 닮은 꼴이다.

Q) 책에서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틀어박혀 거의 밖에 나가질 않는다. 그 모습이 우리 미래라고 보는가?
A) 전업작가가 되기 전에 거대하고 꽉 막힌 파티션 안에서 기술상담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냈다. 콜센터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할 정도였으니까. 내 주변에도 현실보다 온라인에서 훨씬 재미를 느끼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Q) 점점 심해질 거라고 생각하나?
A) 비디오게임이 더욱 현실과 가까워진다면, 그래서 고글과 장갑을 착용하고 게임 속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홀로데크처럼 구현된다면 사람들이 중독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Q) 책에는 재미있는 기술이 참 많이 나온다. 실제로 있는 기술인가 허구인가?
A) 조사하면서 알아낸 게 많다. 책에 서술한, 전방위 트레드밀도 실제로 있다. 디자인이 다양한데 몸동작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걷든 물리적인 바닥 모서리 부분에는 절대 닿을 수 없다.

Q)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A) 그렇다. 참 아이러니하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좌절감을 느껴서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중이다. (20154월 현재, 워너 브라더스 사에서 판권을 사들인 이 소설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감독으로 영화화 작업이 최종 확정되어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 편집자 주)

Q) 이스터에그 다시 말해 일부러 숨겨둔 메시지가 서사의 중심이다. 다른 게임에서 이스터에그를 찾아본 경험이 있나?
A) 처음으로 게임에 이스터에그를 숨겼던 때가 1970년대 후반이다. 그 시절에는 한 사람이 게임 전체를 디자인하고 완성했다. 하지만 아타리 사()는 이들을 단지 엔지니어로 여겨 제품 크레딧에 개발자들의 인명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워렌 로비넷(Warren Robinett)은 자신이 만든 게임에 비밀의 방을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숨겼다. 아타리 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어렸을 때 직접 워렌 로비넷의 이스터에그를 찾은 경험이 있다. 내겐 엄청난 사건이었다. 오직 나만을 위한 비밀을 찾은 것처럼 특별한 감격이었다.

Q) 책 속에 독자들을 위한 이스터에그가 있다던데?
A) 그렇다. 아타리 고전게임이 숨겨진 웹사이트로 이끄는 이스터에그다. 콘테스트는 (2012) 8월 말에 끝났다. 우승자에게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왔던 슈퍼카 드로리언 DMC-12를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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